아이들은 가장 안전한 환경에서 가장 자유롭게 성장해야 한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하나 이상의 자랑과 열 가지 이상의 가능성이 숨어있다. 그 자랑과 가능성을 키워주는 것은 국가와 어른들의 책임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인구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아이들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키우는 것은 국가 장래와도 직결되어 있다.

지금 아이들은 전대미문의 코로나 팬데믹으로 초래된 혼란과 고통마저 겪게 되었다. 학부모들은 불안에 짓눌리고, 교사들은 방역과 수업에 이중 삼중고를 견뎌내고 있다. 개학 연기, 온라인 개학, 등교 개학, 학생·교사 확진자 발생, 등교수업 연기 등 우리 아이들은 처음 겪어보는 상황에 던져졌다. 이럴 때일수록 학생들이 겪는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학교를 통한 감염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선생님을 보지도 못하고 새 학년을 시작해 세 달이나 견디는 것에 전 국민이 적극협조하였다. 그런데 3차에 걸친 추경에는 아이들의 생명과 안전을 전 사회가 지켜내고 학생의 교육권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지 않다.

정부는 6월4일 3차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하였다. 지난 1, 2차 추경을 포함한 올 추경은 코로나 사태에 대한 긴급 대책으로 추진되고 있다. 고용충격 특별대책, 경기보강, 신 산업분야 지원도 필요하다. 그러나 학생들이 코로나로 인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 역시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총 35조 3천억에 달하는 추경액 중 교육 관련 예산은 0.88%에 불과한 3,100억 원이다. 그것도 학교에서 직면하고 있는 현재진행형 코로나 사태 대응 예산이 아니라 원격교육 인프라 구축에 집중되어 있다.

35조 3천억의 3차 추경예산에는 교육계에서 필요로 하는 코로나 대응 예산이 빠져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2차 추경 기준 1조 9천억 원 이상이나 감액되어 정부 예산 12개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 예산 감액이 되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사회 전 분야의 고통 분담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아이들에 대한 예산에 대해서는 삭감은 최소화하고 지원은 우선적으로 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아이들의 현재에 투자하는 것이 곧 우리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출구조조정 10조 1,000억 원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방교부금 삭감이 4조 1,000억 원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이 현행 21.6%인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교육예산의 경우 4조 1,000억 원의 21.6%인 8,856억 원+α가 최대 삭감 상한선이 되는 정도의 예산 수립과 조정 원칙이 추경안 마련 시에 지켜져야 옳다.

학교는 지금 이중의 고통에 빠져있다. 등교 개학에 따른 방역업무와 일상적 시기를 전제로 만들어진 경직된 교육과정 적용으로 인한 고통이 그것이다. 다수가 함께 집단생활을 해야 하는 학교는 일종의 팬데믹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다. 6월 8일자로 유초중고 전체의 등교 개학이 전면화되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할 수 없는 학교의 물리적 여건으로 인해 등교수업은 1/3 등교라는 제한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방역 역시 전문성을 갖지 못한 교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도 교사에게도 고통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만한 방역물자 및 인력확보가 추가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방역전문가가 포함된 교육부 코로나 대응 컨트롤 타워 운영과 방역전문가 학교배치를 비롯한 학교방역체계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아이들의 일상이 될 교실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가 가능하도록 학생 수 감축을 위한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

또한 평상시에도 특별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한 특수교육 대상 학생들이 코로나 상황에서 소외받지 않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목소리에도 합리적인 조처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는 3차 추경에 이를 위한 긴급지원 예산을 포함시켜야 한다. 그래야 620만 학생들과 300만 대학생들이 안전을 보장받고 코로나로 인한 ‘교육받을 권리’의 유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그래야 국가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가 커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