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작한 빈민 선교에서 청계천 빈민촌 주민들의 참담한 모습을 접하게 되면서 나는 서서히 사회주의가 옳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습니다. 사회주의는 평등을 강조하는 이념 체제이기 때문입니다. 부자들은 잘 먹어서 살 빼기 위하여 분주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굶주림으로 자식들의 끼니를 염려하여야 하는 사회로는 곤란하다, 있는 사람들과 없는 사람들 골고루 나누어 먹고 사는 사회라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어져 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사회주의가 빈곤 문제 해결의 대안(代案, Alternative)이라 생각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행동으로 보여 주게 되면서 정치범이 되어 옥살이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감옥 안에서 성경을 깊이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생각이 변하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평등은 사회주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경의 가르침에 있다고 생각게 되었습니다.

특히 사도행전 2장에서 오순절 성령이 임하여 교회가 시작되면서 성령 공동체가 출현케 되었습니다. 사도행전 2장 끝부분과 4장 끝부분에 등장하는 성령 공동체의 모습이 세속적인 사회주의의 대안이라 생각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감옥에서 석방되면서 마음에 품었던 생각이 두레 공동체입니다. 정치 운동이나 사회 참여의 방법이 아니라 공동체 운동으로서의 〈두레마을〉을 세워 성경적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하자고 다짐케 되었습니다.

청계천 판자촌이 정부의 방침에 따라 철거되면서 일부는 성남으로 이주하게 되고 두레 가족들은 경기도 화성군에 있는 간척지로 집단으로 옮겨 가게 되었습니다. 화성군 남양만에 바다를 막아 960만 평의 농지가 개발되었습니다. 남양만 간척지로 집단으로 귀농(歸農)하게 된 두레 가족들은 각지에서 모여든 1200세대, 15 마을 주민들을 조직화하여 공동체 운동을 펼쳐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농촌에서의 공동체 운동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국 농가들의 평균 농지 소유 면적이 4000평 안팎입니다. 그런 수준의 농지에서는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