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두레마을 둘레길 눈길을 걸었습니다. 어제와는 달리 튼튼한 신발에 아이젠으로 방비를 하고 산길을 올랐습니다. 산 위에서 마을을 내려다보며 미국의 국민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가 쓴 〈눈 내리는 밤 숲가에 서서,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을 읊조렸습니다. 나는 영어 실력이 짧아 전문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이해하는 부분을 적겠습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날 저녁나절에 프로스트 시인은 나귀를 타고 마을로 들어갑니다. 산능선 아래로 숲이 있습니다. 시인은 숲을 내려다보며 사색에 잠깁니다. 그는 눈 속에 묻힌 숲을 죽음의 세계라 상상합니다. 그가 쏟아지는 눈 속에서 움직이지 아니한 채로 숲을 내려다보고 있노라니 나귀가 왜 움직이지 않느냐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방울을 울립니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부분은 4연으로 된 내용 중에 마지막 4번째 연입니다.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내가 이해하는 대로 쓰겠습니다.

프로스트가 느끼는 숲은 죽음의 세계입니다.

고단한 삶의 저편 죽음의 세계는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습니다.

하루속히 그 세계로 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아직 갈 수 없음은 지켜야 할 약속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가야 할 길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나는 눈 덮인 산마루에서 프로스트는 무슨 약속이 있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내가 지켜야 할 약속은 무엇인가를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