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훈과 이의성

이승만과 자유당 정부의 장기집권을 끝낸 4.19 혁명은 우리 국민의 힘으로 스스로 주권을 되찾은 반독재 민주주의의 시작이라는 점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1954년 사사오입 개헌과 1960년 3.15 부정선거 등 자유당 정권은 부패하였고, 언론의 발달로 인하여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는 증가했으나 국내 사회, 경제, 정치 등 각종 문제가 더욱 악화되자 4.19 혁명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는 일반 대중이 봉기하여 정권을 쓰러뜨린 최초의 사건이다.

4.19 혁명은 우리나라 경제 및 사회 발전의 근원이 되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군부독재 국가들이 생겨났다. 그러나 4.19 혁명 이후의 우리나라의 군부독재는 대다수 다른 나라의 군부독재와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군부독재자 본인의 집권 시기에 어떻게 해서든 어떤 업적을 내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미얀마는 50년간 군부독재 후 민선정부가 들어섰지만 쿠데타가 일어나 자국민을 학살하는 등 폭정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 김정은, 아이티 뒤발리에, 우간다 이디 아민 등 대다수의 군부독재 국가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이루는데 실패했으며,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경제정책의 실패로 인해 국가 부도 사태를 맞이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4.19 혁명 이후 각종 사회적 개혁 요구가 매우 컸다. 1년 후 벌어진 5.16 군부정변에서 군인들이 내세운 명분은 국민의 요구를 엘리트 군인이 해결하겠다는 것이었다. 박정희 정부는 새마을 운동을 벌여 생활 환경과 국민 위생을 개선하고,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으로 경제개발을 이루어 냈다. 전두환 정부는 박정희 정부 시절에 다져진 경제기반과 3저 호황을 토대로 경제 최전성기를 달렸고 1988년 서울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노태우 정부는 북방정책을 추진하여 중국, 소련 등과 수교하고 북한과 UN에 동시 가입했으며,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치안을 대폭 개선했다.

남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를 찾아봐도 군부 독재국가들에서 우리나라처럼 열심히 경제 및 외교 등에서 노력해서 성공한 나라를 찾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 군부독재는 그들과 왜 다를까? 이것은 4.19 혁명이 군부독재 보다 먼저 일어나서 그 이후의 군 출신 대통령이 이 혁명을 똑똑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 등 장기집권을 하면서 썩은 나라가 국민들의 힘에 의해 무너지는 것을 봤기 때문에 자신들은 집권에 필요한 명분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출신 대통령이 경제발전 등을 이루어서 정치를 잘했다는 것이 아니다. 경제발전 및 외교 노력 등 군 출신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본인들의 불법적인 정권 찬탈에 대한 명분이 필요했고 또 그것을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4.19 혁명이 만들었다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나라 발전의 근원인 것이다. 우리나라 군부독재 전에 4.19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과연 그 이후의 군 출신 대통령들이 그렇게 본인들의 임기 내 업적 달성에 노력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