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국민이 고도의 민주 정치적 역량을 키우고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록 19년의 짧은 경험이지만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이 낮으면 지방자치는 득 보다 실이 많다는 교훈을 얻었다. 심지어 지방자치의 시기상조론, 폐지론까지 제기 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후보들의 도덕성, 전력, 인품 등을 검증하지 않았고 특정 정당에 대해 ‘묻지 마 투표’, ‘줄 투표’를 해왔다. 누구에게 투표를 했는지 몰랐다. 이런 무책임한 투표행태를 버리지 않는 한 결코 훌륭한 지역 인재를 뽑을 수 없다. 검증되지 않고 선출된 지자체 장이나 지방의원들 중 일부는 민의에 반하는 정책과 행정, 재정낭비를 하면서도 죄의식이 없었다. 다음 선거에서 특정 정당의 공천만 받으면 또 당선될 수 있다는 망상을 가졌다. 유권자를 철저히 무시한 처사다. 그 책임은 유권자 스스로에게 있다. 일찍이 밀(JS Mill)은 ‘국가는 개인의 가치에 의하여 결정된다’며 부도덕한 인물로는 위대한 사업을 성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 나라 국민이 그 나라 정치를 만든다’는 말은 진리다. 이제는 주권 포기 적 묻지 마 투표 행태를 청산해야 한다. 후보의 도덕성 자질, 능력 등을 꼼꼼히 검증하고 ‘내가 이 지역(고장)의 주인이란 심정으로 지지후보를 신중히 선택하는 민주정치 여량을 발휘해야 한다. 유권자가 지자체장과 의원의 임기 내내 활동을 감시하고 평가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선거에서 지지여부를 판단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 지방자치는 본 궤도에 진입할 것이다. 투표 및 선출직 공무원의 감시에는 엄정하고 냉철해야 한다. 그래야만 지자체의 장과 의원들이 주민을 어려워하고 올바르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주민들은 편협한 지역이기주의를 버리고 이웃과 더불어 상생하는 지혜를 발휘해야한다. 사업 추진에 따르는 피해를 감내 해서는 안 되지만 주민들이 지역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중요한 국책사업을 지지한다든지 지역이기주의 벽에 부딪혀 지방간의 협력 사업이 진척되지 못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 지역이기주의가 빈발하면 중앙정부는 지자체로의 권한 이양을 기피할 것이며 설령 권한이 이양된다 하더라도 이는 지역 간의 분쟁과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남의 권한을 무시하고 자기의 권한만 추구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양보와 공생의 미덕‘을 보여야 한다. 우리의 짧은 지방자치 경험은 제도개혁과 건전한 민주시민 정신함양이 병행될 때에 비로소 21세기 지방자치의 기틀을 다질 수 있을 것임을 증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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