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으로 인한 산발적인 빗줄기가 멈추고 햇볕이 쨍쨍한 아침... 마석초병설유치원 뒷마당에는 업체로부터 대여하여 설치된 2개의 풀장에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차오르는 시원한 물과 함께 아이들의 기대와 설레임도 차오르고 있었다.

지난 4월 생각하기조차 가슴 아픈 세월호의 참사가 발생함으로 인해 대한민국 전역은 안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자는 의견으로 하나가 되었고 각 학교에서 실시하던 현장학습에 대해 일제히 안전점검이 시작되었다.

사태가 심각했던 만큼 마석초병설유치원 학부모와 교직원 역시 예정된 외부 현장체험학습의 안전에 대한 점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사실상 1학기의 외부 체험이 잠정 취소가 되는 상황으로 번지게 되었다.

그러나 소중한 친구들과의 여름 한 철 물놀이 체험은 일생에 다시 만들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라는 아쉬움이 있었기에 교직원들은 고심 끝에 유치원 뒷마당에 풀을 대여하고 아이들이 함께 하며 즐거워 할 수 있도록 원내 물놀이 체험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물총에 물을 가득 담아 친구들의 팔과 다리에 쏘아보기도 하고 마냥 물이 좋은 아이들은 아무 것도 없이 서로 물에 몸을 담그고 첨벙거리면서 깔깔 웃기도 하고... 그것을 바라보는 교사들의 마음도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물총놀이가 조금 시들해질 때 큰 비눗방울이 아이들 곁에 사뿐히 내려앉자 아이들은 다시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채 고사리 손으로 비눗방울을 잡고 물총으로 쏘아보기도 하면서 재미있어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미꾸라지 잡기 활동이었다. 아이들이 있는 풀장으로 재빠르게 헤엄치는 미꾸라지들이 들어오자 아이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뜰채로, 손으로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 이리 저리 첨벙거리며 물 속을 헤치기 시작했다. 손으로 잡는 아이, 뜰채로 뜨는 아이 가릴 것 없이 미꾸라지를 잡은 아이들의 표정이란 세상을 다 가지게 된 것 같은 들뜸과 행복감의 바로 그 자체였다.

활동이 모두 마무리되고 젖은 수영복을 갈아입으면서 아이들은 그 앵두같은 입으로 교사가 묻지도 않았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라는 평가를 서로 서로 큰 소리로 해주었다. 예정대로라면 버스를 타고 이벤트 업체가 제공하는 리조트 중 한 곳에서 물놀이 체험을 하여야 했었을 오늘,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 뒷마당에서 훨씬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물놀이 체험으로 여느 때보다 많이 웃고 많이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