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가을이 왔다. 아침, 저녁은 다소 쌀쌀해지고 산에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더해지고 있다. 단풍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 또한 많아졌다. 우리도 매일 산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발걸음은 단풍을 구경하러 오는 관광객들의 발걸음과는 조금 다르다. 관광객들은 정상을 향해 곧장 올라가는 반면, 우리는 이쪽 저쪽 우회했다가 서로 흩어지기도 하면서 능선 좌우측 주변을 세밀히 살펴본다. 바로 6·25전쟁 당시의 전투흔적(개인호, 교통호)을 식별하기 위해서다. 무조건적인 정상을 향한 질주보다는 6·25전쟁 당시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켜낸 그분들의 흔적을 조금이라도 찾으려고 발걸음을 옮기는 우리가 바로 7군단 잠정 발굴팀이다.

▲ 2012년 평화의쉼터 조성사업내 군단잠정발굴팀(가평호명호수)

 우리 팀의 주요 임무는 크게 세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바로 탐사활동, 유해발굴, 홍보활동이다.

 먼저, 탐사활동은 6·25전사자 유해발굴 사업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임무이다. 시험을 치려면 공부를 해야 하듯, 발굴을 위해 탐사활동은 필수적이다. 탐사활동 또한 구체적인 계획과 절차를 통해 진행된다. 우선 그 지역에 대한 전사를 분석하고, 지도를 확보한 후 도상연구를 통해 차량을 이용한 지형정찰을 나선다. 지형정찰을 실시하며 탐사해야 할 산들의 능선과 위치를 확인하고 본격적인 탐사활동에 나선다. 탐사활동은 팀 내의 병력들을 3~4개 조로 나누어 책임지역 능선을 탐사한 후, 각 지역의 전투흔적 등 탐사결과를 종합한다. 그리고 매일 탐사일지와 지도도식을 통해 예상 발굴지역을 기록한다. 우리 군단 잠정 발굴팀은 `12년 8월 6일부터 11월 30일까지 `13년 유해발굴 예정지역 탐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남양주지역인 예봉산, 적갑산, 백봉산 등의 주능선 및 가지능선을 9월 중순까지 탐사했으며, 10월을 맞아 가평 현리, 남양주 철마산, 포천 금주산 일대를 탐사하고, 양평으로 이동하여 용문산지역을 탐사 진행 중이다.

 두번째, 전사자 유해발굴은 주 임무이다. 탐사활동을 통한 발굴가능지역을 선별한 후 호 및 전면발굴을 통해 6·25전쟁 당시 목숨 바쳐 나라를 지켜낸 호국영령들의 유해를 발굴∙수습한다. 우리 군단은 올해 4월 23일부터 6월 22일까지 가평 및 양평지역 일대에서 유해발굴을 실시하여 국군 유해 31구와 유품 2,984점을 발굴하였으며 7월 초에 지역주민들과 함께 합동영결식을 실시했다.

 마지막으로, 위 두 가지의 임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대국민 참여의식 증진을 위한 유해발굴 홍보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군청 및 면(읍)사무소와 노인회관을 찾아가 준비한 영상과 안내 책자를 통한 유해발굴 홍보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유해소재 제보자 및 지역주민 유가족 유전자 시료채취 대상자 확보에도 노력을 다하고 있다. 

▲ 2013년 유해발굴 예정지역 탐사활동(양평 비룡산)

 며칠 전에는 탐사활동을 마치고 하산하는 길에 6·25전쟁에 참전하셨던 고령의 어르신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르신은 “비록 나는 잘살지 못하지만 6·25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한 몸을 바쳐 싸워 왔건만, 당시 전쟁의 참담함과 북한을 옹호하는 종북세력들을 무관심하게 받아들이는 젊은 청년들을 바라볼 때 많은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여러분들과 같은 의미있는 일을 하는 장병들이 있어 전쟁에 나가 전사한 분들이 조국과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음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말씀을 남기고 웃으면서 하산하셨다. 우리 팀이 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며, 보람찬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신 어르신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대한민국은 60여 년 전 전쟁의 참화를 딛고 현재 G20 정상회의 서울 개최, 국민소득 2만달러 돌파라는 경제적 번영을 이룩하였다. 지금의 대한민국이 이와 같은 번영을 누리는 것은 6·25전쟁 당시 그분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그들이 지켜낸 영토와 시간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 시간 속에서 오늘도 우리는 마지막 한 분의 호국영령을 모시는 그날을 위해 힘찬 발걸음으로 산을 오른다.